생물학 명강, 강봉균/김빛내리 외 1. RNA의 중요성
56쪽~) 1. 김빛내리
도대체 왜 신경세포는 신경세포가 되고, 근육세포는 근육세포가 되고, 표피세포는 표피세포가 되는가? 이 세포의 성질이 어떻게 결정되는가?
글쓴이의 말대로 세포분화는 참으로 신비롭다.
그런데, 신경세포든 근육세포든 현미경으로 보면 정말 다르게 생겼다. 상피세포도 정말 다르게 생겼다. 그런데 그들의 유전자는 모두 동일하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다. 왜 유전자 함량은 같은데 세포의 특징은 다를까?
김교수의 말에 따르면 DNA자체가 세포의 기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DNA로부터 생성된 유전산물이 문제라는 것이다. 단백질과 RNA가 그 산물인데 고전 세포생물학에서는 단백질을 결정인자로 생각했다고 한다.
유전자의 조절에 따른 유전결정인자/유전산물이 이토록 중요하므로, 유전자조절만 제대로 한다면 어떤 세포든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이를 유전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이라고 한다.
이미 신경세포나 근육세포가 된 것은 다른 세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본 교토대학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유도다능줄기세포(iPS세포, 역분화줄기세포) 발명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이 아이디어는 간단히 말해 예컨대 신경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중요한 유전자를 다른 세포에 집어넣어 직접적으로 신경세포로 분화를 시킨다는 것이다. Direct reprogramming이라고도 부르는데 의학적, 산업적 응용가능성이 큰 분야다. 세포분화가 일어나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되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유전자 발현이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전인데, 기존에는 단백질과 RNA등 유전산물 중 단백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는 단백질이 RNA를 만들고 RNA가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말하는데 여기서 단백질을 중요하게 본 것이다. RNA는 그저 단백질 생성 중간과정에서 정보의 운반자 역할만 수행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빛내리 교수는 RNA의 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제 RNA는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중나선 구조인 DNA와 달리 RNA는 단일나선 구조이므로 상대적으로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결합할 수도 있고 다른 단백질 또는 대사성분과의 작용이 활발하다.
인간게놈 프로젝트 결과 98%의 DNA는 단백질을 직접 만들어내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 98% DNA가운데 절반 가까이에서 RNA가 만들어지며 (이를 비코딩-Non coding- DNA라 한다), 고등생물/인간으로 갈수록 이 Non-coding DNA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교수의 연구 분야는 이 중 micro RNA에 관한 것이다. 마이크로 RNA는 크기가 22nt(뉴클레오타이드)정도의 작은 RNA를 말하는데 유전자 조절 작용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것은 혼자서 작용하지 않는다. Ago라는 단백질과 결합하고 target mRNA와 결합해서, 그 mR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막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small RNA를 예전에는 분해산물이라고만 생각해서 실험과정에 생성된 이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모두 버려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일부 끈질긴 연구자들의 관찰에 그 중요성이 드러난 것이다.